[김효근의 미학경영] 기술로 구현한 꿈의 사회

입력 2021-06-30 16:50   수정 2021-07-01 00:07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꿈, 감성, 이야기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며, 미래의 기업은 상품에 이를 담아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은 감동을 팔고, 소비자는 감동을 산다. 감동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는 인간의 감동을 자극하는 여섯 개의 시장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모험을 판매하는 시장 △연대감·친밀함·우정 그리고 사랑을 위한 시장 △관심의 시장 △‘나는 누구인가(who-am-I)’ 시장 △마음의 평안을 위한 시장 △신념을 위한 시장이 그것이다. 이 시장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이런 ‘꿈의 사회’의 감동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부상하는 ‘기술미학’의 원리가 견인한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블록체인, 바이오공학 기술은 그 기능적 힘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미학적 감동을 이끌어내는데, 아름다운 디자인은 물론이고 기술로 구현한 현실 같은 환상,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총체적인 현존 경험을 통해서다. 즉, 기능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췄던 과거 기술에서, 이제는 고객이 느끼는 감동을 우선하는 미학적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기술미학이 견인하는 앞으로의 예술 사회(아트 소사이어티)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사람의 욕망, 제품과 서비스, 기술이다. 이들은 상호관계를 이루고 있지만 꼭 균형적이지만은 않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각 요소는 다른 요소와 비교해 앞서가거나 뒤처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갭(gap)’을 없애며 진화를 거듭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화의 지향점은 더 앞선 상태에 있는 요소가 이끌게 된다. 이것이 필자가 제시하는 사람·제품·기술 공진화 갭(Co-Evolution Gap)의 개념이다.

사람·제품·기술 간극 없애며 진화하기
예를 들어, 사람(욕망)이 앞서간 사례로는 국내 유통 플랫폼 마켓컬리가 있다.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배송받고 싶다는 소비자의 욕망에 주목했다. 워킹맘의 막연한 욕망, “만약 퇴근길에 식재료를 주문하고 다음 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고민 끝에 등장한 것이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이다. 밤 11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아침 7시 이전에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물류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마켓컬리는 온라인업계 최초로 식품 전용 냉장·냉동 창고를 구축했다. 상품별로 최적화된 포장재를 연구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좋은 품질의 식재료만 엄선한다는 마켓컬리의 까다로운 70여 가지 기준은 소비자에게 여타 유통 플랫폼과는 다른 안도감을 제공한다. 사람의 욕망이 견인하는 마켓컬리의 서비스는 더운 여름 날씨로부터의 식품 손상 걱정을 덜어 주는 개인 보랭백 서비스로까지 진화했다.
감동을 팔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
둘째로, 제품과 서비스가 공진화를 앞서간 사례는 애플의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기존 휴대폰의 통화 기능, 아이팟(iPod)의 음악 재생 기능, 그리고 컴퓨터의 인터넷과 앱 처리 기능, 디지털카메라의 촬영 기능을 모두 합쳐 탄생했다. 다양한 서비스가 하나의 제품 안에서 가능해지면서 사람의 생활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기업은 아이폰에 맞춰 각종 앱을 개발하고, 컴퓨터와 모바일 간 호환이 자유로운 인터랙션 기능을 개발하게 됐다. 이처럼 애플의 아이폰은 기술미학적 예술사회에 한 획을 그으며 시대를 새롭게 연 제품이다.

셋째로, 기술이 앞서간 사례로는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DNA 교정 서비스가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가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절단효소인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은 DNA에서 원하는 부위를 정확하게 잘라낼 수 있다. 그런 다음 절단 부위에 원하는 DNA 시퀀서를 추가하면 유전자 교정이 완료된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도덕적 논란이 많다. 사람들은 장애나 질병 등의 리스크를 없애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동시에 윤리적인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은 아직이다.

사람·제품·기술 공진화 개념은 사람(욕망), 제품과 서비스, 기술의 3요소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진화함을 보여준다. 각 요소는 생명력을 가진 진화의 주체로서 더 높은 수준의 소비자 감동을 이끌어낸다. 진화는 자연 선택 또는 적자생존의 결과다. 마찬가지로 기술미학이 지배하는 예술사회에서는 고객을 감동시키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변화한 시대에서 감동을 팔지 못하는 기업은 공진화 과정에서 탈락해 과거의 역사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김효근 <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작곡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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